삼성중공업 사례로 알아보는 무상감자(feat. 감자탕)

2021년 05월 04일 삼성중공업의 무상감자 결정 공시가 떴다.

무상감자는 왜 하는 건지 어떤 결과가 되는 건지 한번 정리해보겠다.

 

자본잠식

무상감자는 회사가 가진 자본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며 '무상'이므로 실제 회사로 유입/유출되는 현금흐름은 없다. 

회사로 돈이 들어오지도 않는 행위를 왜 하냐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들은 어느정도 '급'이 있어야 하며 '급'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여기서 이 기준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라는 철퇴가 내려진다. 상장폐지 요건중 제일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자본잠식'이다.

 

자본잠식은 아래와 같은 계산식을 가지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이 되고, 2년 연속 50% 이상인 경우 상장폐지에 이른다. 극단적으로 자본총계가 0이 되는(자본잠식률이 100%가 넘어 완전잠식) 경우에는 바로 상장폐지이다.

자본잠식률 : ( 자본금 - 자본총계 ) / 자본금

보통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고있는 회사라면 자본총계가 당연히 자본금보다 많으므로 자본잠식률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서 계속 영업손실이 나다 보면 쌓아놓은 이익잉여금도 점차 까먹게 되고,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어 결손금으로 바뀐다.

 

여기서 잠깐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본다.

삼성중공업 재무상태표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항목을 살펴보면,

- 자본금 : 액면가 X 발행주식수로 2018년~2020년 사이에 변경이 없으므로 증자나 감자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 자본잉여금 : 영업이익 외에 원천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주식발행초과금 등을 의미한다. 역시 최근에 큰 변경이 없었다.

- 이익잉여금(결손금) :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면 금액이 쌓이는 계정이다.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어서 이익잉여금은 2020년 말 301억까지 내려왔다. 지금과 같은 영업적자를 유지한다면 2021년에는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어 자본총계를 감소시키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쌓아놨던 이익잉여금은 바닥 났으며 회사는 지속적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회사의 추가적인 '액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중공업은 무상증자로 회계상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회사로 유입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상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과정

현금의 유입/유출이 없이도 무상증자를 하게되면 어떻게 재무구조가 개선되는지 정리한다.

 

삼성중공업은 감자비율 80%로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를 공시했다.

자본금은 <발행주식수X액면가>로 계산되므로 액면가를 낮춰버리면 당연히 줄어든다. 대신 줄어든 자본금은 '감자차액'으로 변경되어 자본잉여금 계정에 더해진다.

(회사에 현금 유출입이 없으므로 회계상 금액이 이동하는 것이 전부이다.)

 

삼성중공업의 감자전 자본금은 약 3조1505억이지만 감자 후 6301억으로 줄어든다. (감자비율이 80%이므로 자본금의 20%만 남는다.) 나머지 원래 자본금의 80%인 2조5204억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된다.

삼성중공업 무상증자 공시

 

자본잠식률 계산식을 보면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였지만 줄어든 금액은 자본총계 안에서 이동했으므로 자본총계는 변경이 없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에도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더 커서 자본잠식률이 마이너스이긴 했지만 점차 양전(자본잠식)에 가까워져 갔었는데 무상감자를 통해 다시 마이너스로 크게 줄여놓은 것이다.

자본잠식률 : ( 자본금 - 자본총계 ) / 자본금

결론

주식 초보자의 경우 무상감자나 유상증자와 같은 이벤트가 호재일지 악재일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무상감자는 거의 악재이지만...) 그렇다면 맘편히 투자하는 방법은 위와 같은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제일 좋은 것이다. 즉, 지속적으로 영업을 통해 현금을 쌓아나가며 이익잉여금이 든든한 기업에 투자해야겠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위의 재무상태표에 이익잉여금이 0에 수렴해가는 것이나 아래처럼 순차입부채와 이자비용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초보자의 영역이 아니다.)

삼성중공업 재무비율

 


무상증자와 주가 살펴보기

기업들이 무상증자를 발표하면 주가는 바로 반응을 합니다. 왜 기업들이 무상증자를 하는건지,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상증자

무상증자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자본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개념이 아닙니다.

주주가 추가를 납입할 필요 없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발행해주는 행위를 무상증자라 합니다.

 

그럼 '가진 주식이 꽁으로 늘어났으니 이득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증가한 만큼 주식의 가격을 조정합니다. 즉, 1주를 가진 상태에서 해당 기업이 1:1로 무상증자를 실행한다고 하면 1주를 더 받게 되어 2주를 소유하게 되지만, 가격은 반절로 조정되기 때문에 결국 1주에서 2주로 늘어났을 뿐이지 전체 금액은 동일합니다.

 

그럼 기업이나 주주에게나 아무 의미 없이 주식수만 늘어나는 것 같은데 왜 하는 걸까요?

 

무상증자를 하는 이유

1. 재무건전성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나뉩니다.

이 중 자본에는 여러 항목이 있지만 무상증자를 통해 변경되는 항목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입니다.

 

기업이 상장 시 '1주당 액면가'와 '주식수'를 곱한 금액이 자본금이 되며, 이후 벌어들인 이익은 자본잉여금으로 누적됩니다.

만일 무상증자를 한다고 했을 때 (무상증자 하는 주식수)X(액면가) 금액만큼이 자본잉여금에서 자본금으로 이동하며 자본총계는 변화가 없습니다.

기업의 연결 재무제표 예시

보통 회사가 손실을 입으면 손실액만큼 자본잉여금에서 차감하므로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잉여금을 줄여버리면 손실 시 자본잠식의 위험이 더 커지게 됩니다. (자본잠식은 손실액이 너무 많아 자본잉여금을 다 까먹고 자본금까지 까먹는 것을 말합니다.)

 

즉 무상증자로 자본잉여금을 줄여도 '우린 앞으로 잘 벌 거니까 문제없어'라고 시장에 어필하는 것입니다.

 

2. 주가 부양

요즘같이 유동성이 풍부한 장에서 무상증자가 발표되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손실을 보는 기업이 아니라면 호재인지 악재인지, 앞으로 미래 가치가 어떤지 파악하기도 전에 돈이 몰릴 겁니다.

 

1월13일 카페24에서 무상증자를 공시하자마자 바로 거래량이 터지고 상한가로 날아갔습니다.

무상증자가 호재인지 악재인지 모르지만 일단 사는사람 +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치고 빠지기 위해 사는사람 등이 얽혀서 상한가를 친 것이죠.

14시30분쯤부터 바로 상한가로 날아갔다.

 

아래의 카페24 무상증자 공시를 보면 신주배정 기준일이 01월29일이므로 공시날 주식을 들고 있다고 주식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신주배정기준일인 1월29일 2영업일 전인 1월27일에 주식을 사야지 무상증자 대상에 포함되며, 실제 주식은 신주 상장 예정일인 02월22일에 계좌에 들어옵니다. 

카페24 무상증자 공시

 

 

무상증자 후 주가 움직임

작년 사례로 와이엠티와 에스제이그룹을 살펴보겠습니다.

절대라는건 없으니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구나 하고 참고 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와이엠티는 2020.06.11에 무상증자를 공시합니다. 아래 차트에 G라고 써진 날이며 당일에 바로 상한가를 칩니다. 그리고 아래 거래원별 순매매량을 보면 상한가 친 날에 기관과 외국인은 팔아서 수익실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가는 천천히 올라갔지만 당장 무상증자 소식에 매매 들어갔다면 며칠은 마음고생했을 듯합니다.

 

에스제이그룹은 아래 차트에 F부분인 2020.06.15에 무상증자 공시를 내고 장중에 상한가를 찍은 듯 보이나 12.54% 상승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와이엠티와 비슷하게 기업가치가 변화 없고 단발성 주가 상승에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며 주가는 점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케이스 말고 결과적으로 공시날 이후 상승하는 경우도 있으나 굳이 트레이딩에 자신이 있으신 분이 아니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소 눈여겨보고 있고. 앞으로 미래가 있는 기업이라면 주가가 점프업 하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으니 차분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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